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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답변

당신이 본 영화에는 '여성'이 있었나요?
by 난창희 | Date 2021-09-19 13:58:43 hit 623
3이런 경험 모두들 있을 거다. 영화를 보든, 연극을 보든, 또는 책을 읽고 음악을 듣든, 그 작품 안에서 여성에 대한 삐뚠 시각이 곁들여져 있어 다소 불편했던 경험 말이다. 필자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가장 좋아했던 '인생 영화'를 며칠 전 다시 보다가 중간에 다 보지도 못하고 그냥 꺼버렸다. 영화가 여성차별적인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게 너무나도 뚜렷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개봉한 지 매우 오래된 고전 영화인 탓도 있겠지만, 어찌 됐건, 필자는 이 영화를 예전과 같은 감동으로 관람하지는 못했다.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린' 여성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 찬 영화와 어찌 사랑에 빠지리.

 

필자는 몇 년 사이 이런 경험을 정말 많이 했다. 아마 내 안의 깨우침이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시선을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지금은 보인다. 그때는 불편하지 않았던 것들이 지금은 불편하고 불쾌하다. 이러면서 불과 몇 년 사이 영화를 비롯한 여러 예술 분야 작품들을 향유하며 생긴 필자의 습관 같은 것이 있다. 바로 작품이 '불편하지 않은가' 판단하는 것이다. 영화와 연극을 관람할 땐 표면적으로 그 작품에서 담아낸 모든 장면들을 포함하여 인물의 대사나 여성 캐릭터를 그려내는 방식에 시선이 간다. 이를 통해 작품의 의도를 파악하고, 한 발 더 나아가서는 궁극적으로 투명하게 드러나는 작가나 연출자, 감독이 가졌을 여성관을 읽어내곤 한다. 노래를 들을 땐 노래의 가사가, 글을 읽을 땐 글에서 묘사하는 방식과 말하고자 하는 바가, 말하자면 예술 작품을 표현하는 총체적인 것들과 이를 통해 드러나는 의도에서 성차별적인 지점들은 없는지 살펴보게 된다.

 

그러다가 작품에서 눈엣가시 같은 지점들이 하나둘씩 발견되는 순간, 필자는 작품에 대한 몰입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때부터는 '잘 하나 보자' 하고 팔짱을 끼고 작품을 대하게 되는 거다. 아무리 명성과 작품성이 뛰어난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일단 그 작품이 담고 있는 위대함과 감동을 떠나서 필자 안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으로 기억되곤 한다.

 

사실 정말 피곤하다. 과거에 사랑했던 작품들을 하나둘씩 좋아하기를 포기하며 실망하는 것도, 하나의 필터링을 거쳐서 관람하는 태도도, 전부 다 이전보다 큰 피곤함을 주었다. 그러나 필자는 확신한다. 그 이전으론 결코 돌아갈 수도 없고, 돌아가고 싶지도 않다는 것을. 내 안의 큰 깨우침으로부터 뻗어나간 예민한 시선들은 이제 '나'라는 사람과는 떨어뜨려놓을 수 없는 일부가 되었다.

 

 


벡델 테스트(Bechdel Test)


 

 

이런 고민들 속에서 한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 된 '벡델 테스트(Bechdel Test)'가 떠올랐다. 벡델 테스트는 영화의 성 평등 정도에 대해서 파악할 수 있는 일종의 테스트다. 이는 1985년 미국의 여성 만화가 앨리슨 벡델이 자신의 연재만화인 《주목할 만한 레즈들(Dykes to Watch Out For)》에서 제시하였다. 친구와 영화를 보며 남성 중심 영화들이 얼마나 많은지 계량화할 방법을 궁리하던 중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그 3가지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영화 속에 이름을 가진 여성 인물이 두 명 이상 나올 것

2. 1번의 두 여성 캐릭터들이 서로 대화를 나눌 것

3. 이들의 대화 내용은 남성 캐릭터에 관한 것만은 아닐 것

 

 

이 기준들에 준하는 영화를 '벡델 영화'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엘리슨 벡델이 고안한 벡델 테스트 3가지 기준 외에도, 국내에서 매년 한국영화감독조합(DGK)가 진행하는 '벡델 데이'를 통해 작년에는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4가지의 항목을 추가하였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4. 감독 · 제작자 · 시나리오 작가 · 촬영감독 중 1명 이상이 여성일 것

5. 여성 단독 주인공 영화이거나 남성 주인공과 여성 주인공의 역할 비중이 동등할 것

6. 여성 캐릭터가 스테레오 타입으로 재현되지 않을 것 

   (성별 고정관념에서 탈피된 여성 캐릭터일 것)

7.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적 시선을 담지 않을 것


 

벡델 테스트 조항들을 읊으며 필자가 들었던 생각은 현실이 참 암담하다는 것이었다. 7가지 기준들은 명료하고 간단한 듯 보이면서도, 그에 해당되는 작품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다 보면 쉽게 작품이 떠오르지 않곤 한다. 그러나 반대로 위 문항들에서 '여성' 단어를 '남성'으로 바꾼다면 예상보다 많은 작품들이 떠오르곤 한다. 이러한 괴리감은 사실상 현재 영화 산업과 영화 작품들이 나아가야 할 길이 멀었다는 지점들을 시사하고 있는 건 아닐까.

 



벡델데이 2021 : '벡델초이스 10'과 '벡델 심포지엄'

 

올해 성 평등 주간(9월 1일 ~ 9월 7일)을 맞아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이 주최,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벡델데이 2021'에서 벡델 테스트 7가지를 전부 통과한 10개의 작품 '백델초이스 10'을 발표했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개봉작 가운데 선정되었으며 총 9명의 심사위원(김동령, 신아가, 조원희 감독, 배우 봉태규, 최정화 PGK 대표, 권김현영 여성학자, 함연선 평론가, 이보람 작가, 작년 '벡델리안' 선정자 영화 제작자 이동하 대표)이 선정했다.

http://www.artinsight.co.kr/m/page/view.php?no=55937#link_guide_netfu_64709_77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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