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선수가 잘한다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는 있지만, 아무래도 모든 선수의 정확한 수치와 특징에 대해서 자세히 알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번 오프시즌에는, 선수들에 대한 간단한 밑그림을 잡는 것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NBA 2019-2020 시즌 각 분야별로 최고의 활약을 보인 선수들에 대해 알아보는 글 시리즈를 연재해보려 합니다. 첫 번째로 알아볼 분야는 바로 3점슛입니다.
선수 선정 기준은 성공 개수입니다. 그러면 많이 던지지만 성공률이 떨어지는 선수들이 다수 포함된다는 문제가 발생하긴 하는데, 어쨌든 많이 던졌다는 것도 감독에게 슛을 던질만한 그린라이트를 꾸준히 받았다는 뜻이니까요. 한번 선수끼리 성공률도 보면서 비교해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그 대신 코버옹같은 선수들은 누락..)
하지만 3점슛이라고 해서 다 같은 3점슛이 아니죠. 당연히 캐치앤슛과 풀업 3점은 그 성격이 굉장히 다릅니다. 캐치앤슛은 다른 누군가가 만들어줘야 하기 때문에 2옵션, 3옵션에게 더 필요한 자질이지만, 풀업은 스스로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난이도가 더 높고, 1옵션에게 요구되는 덕목입니다. 그렇기에 캐치앤슛 / 풀업 3점을 구분하여 리스트를 따로 선정하였습니다. 1편에서 캐치앤슛을 다루고, 다음 글에선 풀업을 다룰 예정입니다.
모든 스탯은 정규시즌 기준이고, 출처는 NBA 공식 홈페이지입니다. 플레이오프 최고의 선수들에 대한 글은 나중에 시간되면 따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캐치앤슛 성공개수 상위 18명
(왜 18명이냐면, 레딕이랑 해리스는 아무래도 포함해야 할 것 같아서..)
먼저 저는 캐치앤슈터를 분류할 때 스팟업(스탠딩) 유형과 돌아나오면서 쏘는 유형을 구분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당연히 후자가 더 드물고, 전술적으로 활용도가 높다고 생각하거든요. 둘의 차이라 한다면
A. 스팟업
(짤은 이번 시즌 스팟업을 가장 많이 가져간 코빙턴입니다.) 이렇게 자기 자리를 찾아간 후 정돈된 상태에서 공을 받아서 쏘는 유형이 스팟업입니다. 스트레치 빅맨들도 거의 이 유형에 속한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단순히 상대 머리 위로 쏘면 되는 빅맨이 굳이 스크린 타고 슛을 쏠 이유가 없으니)
B. 달려나오면서 쏨
이렇게 커리가 달려 나오면서 스크린을 타고 슛을 쏘는 것과는 차이가 있죠. 전자는 팀원이 만들어주는 수동적인 찬스에 가깝다면, 후자는 스스로 달리면서 기회를 창출하기 때문에 훨씬 더 능동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다만 알아두어야 할 점은, 이걸 주무기로 삼을 만한 선수들은 진짜 손에 꼽을 만큼 희귀합니다 (커리, 레딕, 코버, 조해리스, 던컨로빈슨 등). 그래서 사실 오프스크린 슛을 시도할 정도의 능력은 있으나 빈도와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훨씬 많아서 명확하게 이 두 유형으로만 분류하기는 조금 힘들어요. 거기에 명확히 나눌 기준이 될만한 스탯이 애매하기에 제 주관으로 분류한 것이니, 공감가지 않는 부분이 많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 점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18. JJ 레딕: 뉴올리언스 펠리컨즈 슈팅가드, 최고 수준의 B
경기당 2.0개 성공 / 4.2개 시도, 총 47.2%
미친 성공률의 JJ 레딕입니다. 레딕은 밑의 조해리스에 비해 피지컬이 딸리는 대신, 무빙슛이나 터프슛 능력이 훨씬 좋습니다. 밸런스가 무너진 상태에서도 공중에서 안정적으로 슛을 쏠 능력이 있죠. 거기에 빅맨과의 호흡이 좋아서, 단순한 슈터 이상의 가치가 있는 선수입니다 (빅맨 활용을 잘하고, 컷인도 아주 위력적이죠). 그야말로 NBA 정상급 슈터의 표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17. 조 해리스: 브루클린 네츠 슈팅가드, B
경기당 2.0개 성공 / 4.5개 시도, 총 44.6%
해리스의 가장 큰 특징은 198cm의 신장에, 힘이 좋고 달리기가 엄청나게 빠르다는 점입니다. 그 덕분에 재빠르게 달려 나오면서 밸런스를 잡고 슛을 올라가는 플레이에 특화되어 있죠.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슛을 쏩니다. 하지만 그 대신 밸런스가 무너진 상태의 무빙슛이나, 본인이 만들어내는 풀업슛은 상대적으로 잘 못하고요.
16. 브랜든 잉그램: 뉴올리언스 펠리컨즈 포워드, A
경기당 2.0개 성공 / 4.8개 시도, 총 42.0%
잉그램은 흔히 스윙맨 에이스로 보는 시선이 많은데, 사실 온볼 핸들러 유형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좀 있습니다. 드리블에 약점이 있고, 풀업 3점이 정말 안좋죠. 거기에 더해 미드레인지에서 디시젼이 안좋고 (오직 미들 풀업), 핸들링 약점 때문에 림까지 진입하는 능력도 아쉽습니다. 이러다 보니까 뉴올은 클러치 공격 때 핸들링이 되는 즈루가 강제로 뇌절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고요. 대신 이 스탯에서 볼 수 있듯, 스팟업 상황이나 미드레인지 아이솔에서 상대적으로 강점을 가집니다 (대신 위 선수들처럼 달려 나오면서 어려운 캐치앤슛은 못하고요). 이번 시즌 살아난 것도 스팟업 비중을 늘려준 것이 주효했다고 봅니다 (잉그램은 NBA 전체에서 8번째로 경기당 스팟업을 많이 가져간 선수). 다음 시즌 뉴올의 공격 전술이 어떻게 나올지가 궁금하네요.
15. 보그단 보그다노비치: 새크라멘토 킹스 슈팅가드, 애매함
경기당 2.0개 성공 / 5.0개 시도, 총 40.7%
깔끔한 슛폼이 인상적인 선수죠. 보그단은 슛도 좋고, 워낙 똑똑해서 할 수 있는게 많은 육각형 유형입니다. 캐치앤슛 뿐만 아니라 풀업 슛, 수비, 드리블, 패스 다 적당히 할 수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다만 이렇게 다재다능하다 보니 오프스크린 캐치앤슛은 빈도가 워낙 적어서 명확히 분류가 힘드네요. 하지만 분명히 성공시키는 장면은 여러 차례 보여주긴 했습니다 (주로 클러치).
14. 테렌스 로스: 올랜도 매직 슈팅가드, B
경기당 2.0개 성공 / 5.3개 시도, 총 37.1%
로스는 터프슛 / 무빙슛에 특화된 선수입니다. 스크린을 타고 엄청난 점프력과 재빠른 릴리즈로 던지는 묻지마 3점 / 운동능력을 이용한 속공과 컷인 덩크 정도가 주무기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이렇게 무빙슛이 위력적인 선수는 공격에서 큰 역할을 차지할 수 밖에 없고, 올랜도도 로스를 이용한 공격이 상당히 많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로스같은 슈터는 스스로 달리면서 수비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공을 만지지 않거나 슛이 들어가지 않더라도 팀 전체의 공격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13. 로버트 코빙턴, 휴스턴 로케츠 포워드, A
경기당 2.0개 성공 / 6.1개 시도, 총 33%
휴스턴의 살림꾼이자 3D 포워드의 정석. 풀업이나 오프스크린 슛은 잘 못하지만, 오직 스팟업 3점슛과 수비력만으로 팀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수입니다. 무빙슛을 쏠 능력이나 본인이 공을 잡고 뭘 할 능력은 없어서 스크린 활용이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휴스턴에서 난사하다 보니까 성공률은 조금 떨어지는데, 슛이 안들어가도 수비력만으로도 팀에 어마어마하게 기여합니다.
12. 팀 하더웨이 jr: 댈러스 매버릭스 슈팅가드, A에 가까움
경기당 2.1개 성공 / 4.9개 시도, 총 42.1%
올 시즌 인상적인 슛 활약으로 주전 자리에 올라왔습니다. 다만 뇌절성 플레이도 누구보다 많이 해서 댈러스 팬들이 안풀리는 날에는 뒷목을 잡게 만들죠. 어쨌든 이번 시즌 돈치치 / 포르징기스와 좋은 호흡을 보여주면서 3옵션으로 활약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스팟업 비중이 아주 높은데, 풀업 슛과 드리블 돌파도 섞는 스코어러 유형이라고 보면 될 같네요. 돈치치 - 포르징기스 - 팀하주 공격의 몇몇 장면은 예전 클블시절 르브론 - 러브 - JR스미스를 연상케 합니다.
11. 보얀 보그다노비치: 유타 재즈 스몰포워드, 애매함
경기당 2.1개 성공 / 5.0개 시도, 총 42.6%
보얀은 분류가 애매한게, 분명히 오프스크린 슛을 성공시키는 장면이 나오고 (예시: 위 짤 휴스턴전 버저비터) 스크린도 잘 활용하나 선수 자체가 터프슛을 쏘기보단 펌프페이크로 수비를 날리고 나서 던지는 것을 더 선호해요. 어쨌든 보얀은 캐치앤슛만 할 수 있는게 아니라 스크린을 이용한 풀업 / 돌파도 가능하기에 이번 시즌 유타에서 엄청난 득점력을 보여줬고, 그래서 버블에 불참한 것이 더욱 아쉬운 선수입니다. 보얀이 있었다면 1라운드의 결과가 달랐을지도 모르겠네요.
10. 버디 힐드: 새크라멘토 킹스 슈팅가드, A에 가까움
경기당 2.1개 성공 / 5.0개 시도, 총 41.3%
힐드는 오프스크린 무빙슛이 잘 안되는 선수의 대표적 예시입니다 (예전보단 좀 나아진것 같긴 해요). 오프밸런스 상황에서 균형을 잡고 슛을 쏘기보단 몸이 정돈된 상태에서 슛을 쏴야 하는 유형이에요. 그 대신 발이 미리 정돈된 상태에서 쏠 수 있도록 세팅을 해주면 (풀업이나 스팟업 등) NBA 최고의 슈터 중 하나로서의 위력을 뽐내죠. 이래서 레딕같은 유형에 비해선 쓰기가 살짝 까다롭지만, 벤치에서 주로 출전해서 이정도의 성공 개수와 성공률을 기록한 NBA 최고의 슈터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판단 속도가 좀 느리고 드리블이 안좋아서 공을 오래 잡게 하면 절대 안되는 선수죠.
9. 케빈 러브: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파워포워드, A
경기당 2.1개 성공 / 5.3개 시도, 총 39.5%
(???: 러브 시발련아) 베테랑 스트레치 빅맨 러브입니다. 현재는 스트레치 빅맨이라 본인의 높이를 이용한 픽앤팝 3점이 주무기라 볼 수 있죠. 클블의 상황이 애매하긴 하지만, 어쨌든 아직까지 득점력과 리바 능력 자체는 살아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과연 어느 팀으로 가게 될지 궁금하네요. 근데 트레이드되기엔 연봉이 너무 높긴 해서...
8. 라우리 마카넨: 시카고 불스 파워포워드, A
경기당 2.1개 성공 / 6.0개 시도, 총 34.4%
시카고의 미래 마카넨입니다. 전형적인 스트레치 빅맨 유망주죠 (하지만 거의 슛 원툴). 근데 몇몇 시카고 현지팬들이 마카넨 슛 기회가 너무 적다고 불평하는 것에 비해선 생각보다 시도수가 많고, 효율은 떨어지네요. 어쨌든 보일런 감독이 워낙 노답이었기에, 똑바로 된 팀에서 뛰는 걸 봐야 선수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의 느낌은 그냥 캐치앤슛 원툴이라서..
7. 벤 맥클레모어: 휴스턴 로케츠 슈팅가드, A에 가까움
경기당 2.2개 성공 / 5.5개 시도, 총 40.2%
벤맥도 오프스크린 슈팅을 시도할 순 있는데, 위력이 심하게 떨어집니다. 그래서 사실상 스팟업 유형에 가깝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번 시즌 스팟업 비중이 높은 선수중 한명이기도 하고요. 휴스턴의 캐치앤슈터군단 중에서 가장 믿을만한 선수입니다. 벤치에서 출전했음에도 주전 수준의 캐치앤슛 성공 개수죠. 하지만 슛 원툴이라서 수비가 심각하게 안좋죠. 한때 데뷔 전 제 2의 레이 알렌으로 불리던 기대치에는 훨씬 못미치는 선수가 되었지만, 어쨌든 슛이라는 무기로 NBA에서 계속 커리어를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6.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 댈러스 매버릭스 파워포워드, A
경기당 2.2개 성공 / 6.1개 시도, 총 36.3%
또 다른 스트레치 빅맨이자 댈러스의 2옵션. 거인같은 선수가 잘 달리고 슛이 좋다는 유니크한 스킬셋을 가지고 있어서 매력적이나, 부상이 문제입니다. 어쨌든 221cm 중에선 가장 좋은 슈터라고 볼 수 있겠네요. 하지만 그에 비해 스스로 공격을 만들어내는 옵션 (포스트업)은 부족한 게 아쉽습니다. 지금까지는 스스로 뭘 하기보단 돈치치 등 가드들의 패스를 받아먹을 때 더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댈러스가 시즌 초반 포르징기스 포스트업 밀어주다가 잘 안되니까 바로 돈치치 메인핸들러 위주로 공격 전술을 바꿔오고, 그 순간부터 순항하기 시작했죠.)
5. 자렌 잭슨 주니어: 멤피스 그리즐리즈 파워포워드, A
경기당 2.3개 성공 / 5.7개 시도, 총 39.9%
멤피스의 미래 빅맨 유망주. 요상한 슛폼을 가졌지만, 엄청 좋은 슈터입니다. 사실상 멤피스에서 가장 믿을만한 슈터죠. 수비와 돌파도 아주 좋지만, 파울관리를 못하고 빅맨 주제에 몸싸움을 꺼립니다. 이렇듯 특징이 참 재밌는 선수고, 2018 드래프트에서 가장 좋아하던 선수 중 하나라 개인적으로 관심 깊게 지켜보고 있어요. 이번 시즌 멤피스 돌풍의 주역 중 하나입니다.
4. 다닐로 갈리나리: 오클라호마 시티 썬더 포워드, A
경기당 2.3개 성공 / 5.5개 시도, 총 41.8%
부상만 없으면 이탈리아 듀란트의 포스를 뽐냅니다. 단순히 캐치앤슛 뿐만 아니라 본인이 공을 잡고 자삥 / 풀업 슛도 잘하는, 득점에 특화된 선수입니다. 이번 시즌 크리스폴과 함께 오클라호마의 돌풍을 이끌었는데, 둘 다 다음 시즌 어디서 뛸지가 궁금하네요.
3. 칼 앤써니 타운스: 센터, A
경기당 2.5개 성공 / 5.9개 시도, 총 42.5%
역대 NBA 빅맨 중 최고의 슈터 자리를 두고 다툴만한 타운스입니다. 3점은 센터중에 제일 잘쏜다 해도 과언이 아닐것 같아요. 이제 본인 친구 디러셀도 팀에 데리고 왔으니, 미네소타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궁금합니다. 지금도 득점력은 현재 센터 중 최상급이니, 수비만 잘하면 가치가 훨씬 더 올라갈 것 같은데 말이죠.
2. 던컨 로빈슨: 슈팅가드, B
경기당 3.1개 성공 / 6.8개 시도, 총 46.0%
이번 시즌 오프스크린 캐치앤슛의 정점이라고 부를만합니다. 코트에 서있는 것만으로 상대가 그에게 수비를 집중하도록 만들어 버리죠. 경기당 6.8개씩 던지면서 46%라는 성공률은 NBA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커리나 탐슨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죠. 오프스크린 캐치앤슛을 쏘면서 저런 미친 성공개수와 성공률을 보여주는건 정말 대단합니다. 다만 캐치앤슛 외의 옵션은 좀 애매한 측면이 있다는게 아쉬운 점이죠 (그나마 상대 수비 이용하는 컷인이나 패스 정도).
1. 다비스 베르탕스: 파워포워드, B
경기당 3.2개 성공 / 7.4개 시도, 총 43.1%
이번 시즌 성공개수 1위. 키는 빅맨급(208)이지만, 스크린을 타고 달려나와서 슛을 던질 능력이 있는 선수입니다. 거기에 묻지마 딥쓰리도 잘 쏴서, 이번 시즌 워싱턴의 닥공 공격농구에서 2옵션을 맡았죠. 슛을 쏠만한 상황이면 바로 아무런 주저 없이 쏘면서도 이만한 성공률을 기록한 대단한 슈터입니다. 그만큼 공격에서 맡을 수 있는 역할이 많아서 (높이와 오프스크린 슛 능력 모두 가짐) 올해 자유계약 시장에서 인기가 많을 것으로 에상되네요.
슈터에 대해 쓰는데 커리랑 탐슨이 없으니까 뭔가 어색하네요. 다음 글에서는 풀업3점에 대해 써볼 예정입니다.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